본문 바로가기

애매한 넋두리

시도에 대하여

반응형

시도에 대하여

나는 지독한 안정주의자다. 새롭거나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과 귀를 닫고, 회피해 버린다.
그리고 누군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뭘 저렇게 까지..", "전문가도 아닌데 잘 되겠어?" 라며 그들의 용감한 시도를 그저 객기로 깎아 내린다.
이러한 지독한 안정주의자가 매번 형태와 여러가지 컨디션이 변화 무쌍한 이벤트 일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사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이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회사를 다닐 때는 최대한 새로운 프로젝트는 받지 않으려 회피했고,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면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넘어 공포감까지 받았다.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현재는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오너의 입장이기에 그 스트레스를 뛰어넘는 수익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조금만 고생하면 내 통장에 꽂힐 금융치료 덕에 이를 극복하고 있는 듯 하다.

유튜버 자청에 말에 따른 사람은 진화 상으로 생존과 번식에 초첨이 맞춰져 있어, 새로운 시도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게끔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그 시도로 인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생존과 종족 번식의 확률이 줄어들어, 순리대로 시도를 거부한 유전자가 더 많이 지금까지 생존했다는 설이다.
이러한 이론대로라면, 난 진화의 과정을 순리대로 따른 정상적인 인간인 듯 하다.

이렇게 정상적인 안정주의자 인간임에도 업무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니, 그 시도라는 것이 언제나 숙제 같다.
시도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막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겁이 나 그것를 하지 못한다.

자청의 말대로 DNA 구조 상일 수 도 있으나, 내 생각에는 자존감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된다.
"난 전문가도 권위자도 아닌데..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새로운 시도는 난 놈들만 하는거야", "실패했을 때의 후폭풍을 내가 수습할 수 있을까?"
"나보다 뛰어난 사람도 하지 않는데.. 내가 뭐라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댄다고 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 전 무수히 드는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생각들이다. 이보다 극단적이고, 쪽팔린 생각들도 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들로 인한 스트레스로 시도도 하기 전에 지치게 되고, 지레 겁을 먹는다. 그리고 결국 포기하게 된다.
나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자존감이 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시도는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얼마 전 회사 홈페이지를 스스로 만드는 시도를 했다.
이러한 시도를 한 근본적인 이유는 홈페이지를 전문가에게 맡기기에는 비용이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이 사업을 하는데 있어 홈페이지는 하나의 구색에 불가하다.
구색 하나 맞추자고, 그렇게 큰 비용을 지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비용을 들인다고 해도 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또한 홈페이지는 유지보수를 계속해서 해야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부가적인 비용까지도 아까웠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많이 남는 시기라, 스스로 만들어 볼까하고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렇게 홈페이지라는 숙제를 마음 한 켠에 두고, 막연히 해야지 해야지하고 있을 때,
우연히 자청의 초사고 글쓰기 책에서 WIX라는 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코딩 없이 PPT처럼 홈페이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툴이 있다고는 주변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말했듯이 지독한 안정주의자인 나는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알아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알아본다면 숙제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초사고 글쓰기 책을 보며 나를 변화시키고 있는 이 시기에 변화를 증명할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이 글쓰기와 같이.

그렇게 비용이 들지 않는 체험판을 통해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틀 정도의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
회사를 소개하기 위한 요소들이 모자람 없이 들어갔고, 홈페이지를 돋보이게 해 줄 효과와 기능도 모두 반영하였다.
제법 그럴 듯 하고, 만족스러운 홈페이지를 내 스스로 만든 것이다. 


홈페이지 자체 제작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나는 제작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앞으로 서버와 도메인을 연장하기 전까지 추가 비용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사용자들이 손 쉽게 쓸 수 있도록 구현이 되어 있다.
툴을 손 쉽게 쓸 수 없다면 그 툴은 만든 회사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고객이 될 수 있겠끔 손 쉽게 만들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내가 모르는 것 뿐이지, 이것의 구현을 도와 줄 사람과 기술은 반드시 있다. (다만, 비용이 들어갈 뿐)
그렇게 그들의 도움으로 지독한 안정주의자인 내가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이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술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좀 더 손 쉬워 질 것이다.
또한 돈 버는 방법도 점점 다양해 질 것이고, 그 방법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게 진화할 것이다.
그것들을 활용해서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믿고, 지금 내 상황에 맞는 분야를 시도해 보자.

시도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과연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시도해 보고 결과가 안나오면 어쩌지?" 하는 나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에서 나온다.
하지만 결과가 아닌, 그 결과를 찾아가며 고생한 일들이 술자리에 더 좋은 안주거리가 되 듯, 시도 과정도 지나고 나면 별게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만한 곳도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회피했던 시도와 그 시도에 필요한 것들을 똑바로 마주하려 한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내 자존감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내 소중한 것들을 위해.

지금은 시도하기 참 좋은 때이다.

반응형

'애매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비의 변화  (2) 2023.04.19
생각의 패러다임  (0) 2023.04.19
경제적 종속에 대해  (0) 2023.04.19
자랑에 대하여  (0) 2023.04.19
목표에 대하여  (0) 202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