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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넋두리

경제적 종속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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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종속에 대해

난 마케팅 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일은 광고주의 마케팅 활동을 대신하여 기획, 제작, 운영하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일이다.
일반 화이트 컬러들의 페이퍼워크 뿐만 아니라, 현장에 나가 프로젝트에 관계된 이들을 지휘하며 몸으로 뛰는 블루 컬러들의 일까지 우리의 업무 영역으로 활기찬 이 일이 난 좋다.
그리고 연차가 쌓이면 나름 전문성을 인정 받는 일이기도 하다. 화이트 컬러와 블루 컬러 양쪽의 일을 모두 해야 해서 몸과 정신이 고되긴 하지만..

하지만 이 일에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다.
1년 12달 중 수익을 낼 수 있는 달은 고작 5~6달 정도이며, 을이라는 비즈니스 위치 상 광고주, 실행 업체들의 갑/병질을 중간에서 온 몸과 마음으로 견뎌야 한다.
그리고 경제, 사회의 부정적 이슈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예가 코로나 시국이었다.
이러한 몇 가지 리스크가 초래하는 이 업계의 가장 큰 단점은 광고주에게 경제적으로 종속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대행사라도 광고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게 우리 마케팅 대행사의 숙명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특정 한 광고주로의 경제적 종속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한 많은 광고주(n)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n을 통해 서로의 리스크를 상쇄 한다.

잘나가는 대형 대행사의 숙명도 이러할진데, 우리 회사 같은 소형 대행사의 광고주에 대한 경제적 종속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올해가 시작할 때 부터 1달 넘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무산되었다. 업계 용어로는 빠그러졌다고 표현한다.
빠그러진 이유는 간단하다. 광고주 회사의 여러사정을 고려한 대표의 선택이다.
이 미리 예견하고 고려할 수 있었던 사정과 대표의 손쉬운 결정, 그리고 이 결정에 대한 통보 전화 한 통으로 프로젝트는 빠그러졌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협력 업체의 한 달간의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
세상에 가치 없는 일은 없다고 하지만, 이 노력은 정말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라고 항의하고 싶으나, 이미 그들에게 경제적 종속이 된 입장에서는 미래의 수익을 생각해서 그렇게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이런 광고주의 배려없는 빠그러짐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광고주들이 채워 준 불발탄이 가득한 총을 들고 전쟁에 나선 기분이다.
나갈 것이라 기대하지만, 번번히 불발이 나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와 동료들이 받는다.

불발탄이 가득한 총으로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1. 불발탄일지 모를 총알을 더 많이 채운다.(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한다.)
2. 불발탄일 경우 불발탄을 제공한 업체에 책임을 문다.(프로젝트 무산에 대한 안정장치를 마련한다.)
3. 양질의 총알을 공수한다.(또다른 수입원을 개발한다.)

1번 경우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들의 내부 사정이 어떠한지 알 수 없거니와, 내 사정에 따라 프로젝트를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광고주를 개발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2번의 경우는 신규 광고주에 대해 시도해 볼 만 하다. 그러나 이미 나와 일을 진행하고 있는 광고주에게 이 패널티를 적용할 경우, 반감을 불러 올 수 있다.
3번 경우가 가장 건전하고,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추구한 방법이다. 그래서 여러가지 아이템들을 고려해 보았으나.. 또 여러가지 사정으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방법이다.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것인가?

난 1번과 3번에 집중하겠다.

불발탄이 가득 할 지라도 나에게는 아직 발사하지 않은 총알들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어제의 불발탄은 그저 유효탄을 발사하기 위한 과정 중 한 발이라고 생각하겠다. 
사업을 하다보면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불발탄으로 인해 유효탄이 발사될 확률은 더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기 위한 또 다른 수입원 개발을 진지하게 추진하겠다.
현재의 나의 상태를 객관화 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안정적이진 않지만, 분명한 수입원은 있다.
2.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3.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
4. 컨텐츠 산업의 발달로 돈을 들이지 않고, 혹은 적은 금액으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시대다.
5. 나는 경제적 독립을 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다.
6. "시도가 어렵다. 정작 시도하면 그것은 별게 아니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이것에 대해서는 또 글을 쓸 예정이다.)
7. 난 필요하다면 남들보다 꾸준할 자신이 있다.

내 경제적 독립을 위한 첫번째 시도는 글쓰기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경제적 독립을 위한 첫걸음이다.

SNS 상에 수많은 경제적 독립에 대한 광고들 중 공통된 핵심은 꾸준함이다.
지금은 꾸준히 글을 써보자. 
꾸준히 글을 써서, 경제적 독립을 위한 총알을 모으자. 
그리고 그 총을 발사할 온전한 정신을 키우자.
그러면 결국 총을 발사할 타켓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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