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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넋두리

자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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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에 대한 생각

내 생각에는 자랑에는 좋은 자랑과 나쁜 자랑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자랑은 도를 넘지 않은 자랑, 내게 일어난(성취한) 긍정적인 일에 대한 정보 전달일 것이고,
나쁜 자랑은 도를 넘은 자랑, 실제보다 부풀려진 자랑, 자랑에 이어지는 상대방에 대한 훈계 또는 무시하는 행위가 더해질 때 나쁜 자랑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자랑은 말 그대로 자랑,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나쁜 자랑은 허세, 오만, 오지랖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쁜 자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혐오스러울 정도로 반감을 가지게 되며, 좋은 자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매력을 느끼며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하게 된다.

지난 주 지방 계신 이모를 만났다. 
어릴 적 거의 자식처럼 형과 나를 키워준 이모라 늘 편하고 좋은 분이시다. 

그리고 털털한 성격과 더불어 젊으실 적 사고를 많이 치신 탓에 우리에겐 어른 보단 철없는 친구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형과 나는 어릴 적 용돈이나 급전이 필요할 땐 엄마보단 이모들에게 전화를 해서 용돈을 종종 받곤 했다.

그렇게 편한 이모는 위에서 말했듯 젊은 시절 사고를 좀 치셨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고를 치셨는지는 밝힐 수는 없지만 어릴 적 내가 보기에도 철이 없어 보이는 일을 많이 하셨다.

그런 이모가 지방에 정착하시고, 현재의 이모부를 만나 안정을 찾으셨다.
그리고 사업도 시작해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셨고, 지금은 건실한 사업체을 두 군데나 운영하시며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삶을 살고 계신다.
그렇게 힘들게 자리를 잡은 이모가 보기 좋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로 가족을 부양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그리고 제일 좋은 것은 이모가 자리를 잡으므로써, 엄마의 형제들간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것이다.

이모와 점심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이모는 의연 중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업체를 두 개나 운영한다.
군에서 곧 제대할 자식을 위해 차를 계약했다.
자식이 힘들지 않게 현재 운영 중인 사업체을 물려줄 생각이다.
자신은 지역 모임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
대학원에 들어가 더 높은 급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랑들을 좋은 자랑과 나쁜 자랑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하시던 중,
우리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너네 아빠보다 돈 더 많이 번다", "넌 요새 돈 잘 버니?" 라는 말을 했고,
이 말로 인해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던 자랑들마저 나에게는 이모의 허세, 오지랖, 오만으로 바뀌어 버렸다.

물론, 젊은 시절 사고를 치던 이모의 모습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이제는 어엿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오버하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모의 성공이 그저 순수하게만 보이지 않고, 무시하는 내 무의식도 이모의 자랑이 나쁜 자랑으로 거슬리게 들렸던 것 같다.
그렇기에 이모 앞에서는 내 불편한 감정을 들어내지 않고, 그저 이모의 좋은 모습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약간의 마음의 찜찜함을 남겨두고, 집으로 오늘 길에 나는 자랑을 어떻게 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졌다.

고해성사를 해보자면.. 나 또한 이모의 나쁜 자랑과 다를 게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 사업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이자, 내 성취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사업에서 성과를 낸 내가 대견했고, 나와 비슷한 연차의 동종 업계 사람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독립을 내가 해냈다는게 스스로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적 성과, 내가 번 돈에 대해 누군가는 알아봐 주길 바랬고, 그들도 나를 대견하게 여겨주실 바랬다.
이러한 마음으로 의연 중 다른 사람들에게 내 성과에 대해 자랑을 했다. 그리고 스스로는 조심하다고는 했으나 누군가는 분명 나의 자랑을 내가 이모에게 느꼈던 오만, 허세로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도 내 스스로 사업 초반과는 달리진 오만한 사업 태도와 씀씀이, 힘이 들어간 어깨를 느낀 적이 있고, 이를 경계하고자 몇 번이고 스스로 마음을 다 잡았다.

하지만 나는 정확히 안다. 이러한 자랑이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불안한 내 마음에 대한 자위행위하는 것을.
내 사업은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 언제 흔들릴 지, 언제 일이 없어질 지 모른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고객이 마음을 바꿔 날 찾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사업이 흔들리면 우리 가족은 어떡하지?로 이어지는 내 불안한 망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은 마약과도 같은 자위행위.
그리고 나쁜 자랑으로 쌓아올린 자존감은 부진한 성과를 계기로 이전보다 더 추락하게 된다. 마치 자존감의 요요현상처럼.
아마 나쁜 자랑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러한 결핍 때문에 나쁜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나쁜 자랑이 내 불안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하나, 나쁜 것은 그저 나쁜 것이다.
내 위안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해서는 안된다.

내가 거둔 성과는 잘한 일이다. 축하받고 인정 받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저 거기까지 일 뿐이다.
내 성과가 다른 사람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없거니와 사실 그들은 내 성과에 별 관심이 없다. 내가 그들의 성과를 대하듯.
그저 나 스스로 대견해 하고, 그 동안 잘했다,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라고 나를 믿어주면 된다.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내 스스로의 인정이니까.
하지만 정 입이 근질거린 다면, 내 성과를 나와 같은 마음으로 축하하고 인정해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만 자랑을 나누자. 
단, 가족과도 도를 넘는다거나, 허세, 오지랖은 금지다.

지금의 나쁜 자랑과 그로 인한 태도와 씀씀이는 내 불안과 결핌에서 비롯된 것이다.
난 잘하고 있다. 그리고 이전 글에 썼듯 내 인생 전체로 봤을 때 중요한 목표는 모두 잘 이뤄하고 있다.
그러니 너무 불안한 망상에 빠지지 말자.
정 불안하면, 이렇게 글을 쓰자. 이렇게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끼니까.

비딱한 생각과 자세를 고쳐잡자.
그렇게 하루하루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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