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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넋두리

시간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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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을 할 땐 언제나 시간이 촉박하다 느낀다. 또 그렇게 일을 한다. 늘 급하고, 초초하게..
고객이 요청하면, 요청사항에 대한 어떠한 것이라도 즉각 응답한다.. 이것이 내가 일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일하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고객은 늘 급하다. 
   그래서 고객에게 응답하지 않으면, 고객은 자신의 요청사항을 확인했는지.. 자신의 요청사항을 처리하고 있는지 불안하다.
   이것은 내가 고객일 때도 마찬가지다.
   즉각 응답하며, 약간의 해결책이라도 제시하는 것이 그들을 덜 불안하게 하고, 나도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는 있다.

2. 고객은 그림이 없다.
   고객이 내게 요청을 할 때는 10이면 8은 프로젝트에 대한 정확한 그림이 없다.
   늘 프로젝트를 하면 시간이 촉박한데.. 그림이 없는 프로젝트는 그림을 그리느라 그나마 있는 시간도 허비하게 된다.
   최대한 빨리 어느 정도의 아웃라인을 제시한다면, 고객은 그 그림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그리게 되고,
   그럼 거기에 내 아이디어와 경험이 덧붙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내가 고객을 만족 시키는 방법이고, 꽤 효과가 좋다.

하지만,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내 불안감, 더 나아가 부정적 망상을 키우는데 일조한 것 같다.

오늘 내 이런 업무 스타일에 반하지만, 기대하지 않은 좋은 결과로 이어진 일이 있었다.

지금 내 최대 고민과 걱정거리인 제주 프로젝트의 한 후보 장소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이 장소는 현재 우리 프로젝트와 내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대안이지만,
일전의 안 좋은 레퍼런스로 장소 측에서 우리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것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자세였다.
단지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고자세, 비협조적, 협박성 어조 등의 태도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피하고 싶은 장소이기 했다.

그렇기에 나도 더 이상 그들에게 연락을 취하여, 사정하고 싶지도 않았고,
차선책들이 있기에 하나의 후보로만 여겼을 뿐 그저 광고주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같았으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혹시 내가 일을 잘 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나? 라는 자책으로 잠을 설칠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곤 했지만,
이번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아니, 잠시 내 머리 속에서 잊고 있었다.

그렇게 즉각적으로 답을 내 놓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놓여, 그들에게 한동안 전화를 하지 않자
그들에게서 오늘 먼저 연락이 온 것이다.

전화 내용은 이랬다.
- 그들이 가장 정색했던 저녁 만찬 진행하지 않아도 행사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 다만, 체크인 시간이 10시로 이후 도착하면 장소측에서는 체크인 안내를 도와 줄 수 없다. 이 부분은 행사팀에서 미리 키를 받아 자체적으로 안내하라.
- 현재 예약 문의가 많다. 빠른 결정을 내려달라.

어떤가? 이전의 고자세에서 많이 풀어지지 않았는가?
이것이 내가 일반적으로 장소 측과 일을 할 때 느끼는 자세이다.
내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그 동안 그들이 얼마나 고자세로 일관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자세 변화로 인해 이번 프로젝트의 내 걱정거리가 하나는 줄어들게 되었다.
첫번째로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이 안이 다시 고려할 수 있는 안이 되었다.
두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장소측의 비협조에 대한 걱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세번째, 처음 그들의 고자세로 고객도 그들의 가이드를 따라야 한다는 점이 충분히 인식이 되었다. 이로써 프로젝트의 통제가 수월해졌다.
마지막으로 이 장소로 결정될 경우 나의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는 이전과 같이 전전긍긍하며, 그들에게 사정하지 않고
그저 내 머리 속에서 잠시 잊어두고, 시간을 두고 기다린 결과물이다.

내 일을 함에 있어,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완벽하게 준비했다 해도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우리 일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온타임 라이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언제나 촉박하게, 최대한 서둘러 일을 진행했고, 언제나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러한 나의 업무 방식이 좋은 결과에 가려졌을 뿐 안좋은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나의 정신 건강, 빠른 일처리로 인한 실수 발생, 실수를 수습하기 위한 시간 소비..

이제부터 시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다.
지금의 업무 처리 시간에 +1시간, 상황에 따라서 더 긴 시간의 여유를 가져보겠다.

그 더해진 시간만큼 실수는 없는지,
안 좋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여 내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기를 해보겠다.

+1시간으로 크게 잘못될 일은 없다. 하지만 더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내 마음도 조금은 쉬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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